기획특집 산업안전, 데이터로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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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6-10-15 14:07본문
Scope 3가 놓을 공급망 데이터스페이스, 그 위에서 만나는 안전관리
2026년 8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한 기계식 주차설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외국인 근로자 추락사 사건과 관련해 원청업체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서울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첫 사례다. 정작 주목해야 할 대목은 사고 자체보다 그 이면에 놓인 복잡한 하도급 구조다. 원청은 자체 시공 인력 없이 공사를 하청업체에 맡겼고, 해당 하청업체는 철거공사를 다시 2차 하청업체에 재하도급했다. 여기에 원청은 실제 도급 관계를 감추기 위해 하청업체와 ‘공동수급’ 형태의 위장계약까지 체결하였다. 사고를 낸 근로자가 정확히 누구의 관리 책임 아래 있었는지 서류상으로는 명확히 가려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 사건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원청이 협력사와 재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가 특정 업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협력사 단계가 한 겹씩 늘어날 때마다 원청이 현장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야는 그만큼 좁아진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문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급망 탄소배출(Scope 3) 공시 의무화와도 맞닿아 있다. 산업의 복잡한 하청이나 공급망 관리 의무가 강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이 두 문제가 어떻게 하나의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해결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국내 3대 ESG 평가기관 중 하나인 서스틴베스트와 70여 개 회원사가 참여한 산업통상자원부 인가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가 기획한 협력사·공급망 관리 솔루션 ‘SUSTIN-CaP/OHS’ 사례가 전략적으로 제시된다.
1. 규제는 두 갈래에서 동시에 조여온다
협력사 안전관리에 대한 원청의 책임은 여러 겹의 규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한편, 사업주에게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해 3명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추진되고 있다. 2026년 8월부터는 ‘안전보건공시제’가 더해졌다.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주와 연간 건설공사금액 1,200억 원 이상인 건설사업주는 매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안전보건 활동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특히 공시 항목에는 ‘하청·협력업체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사망사고 현황’이 명시적으로 포함된다. 더 이상 원청 소속 근로자만 집계해서는 안 된다.
같은 시기 ESG 공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금융위원회가 2026년 7월 8일 확정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최종안)」에 따르면 ESG 공시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되며, 2031년 이후에는 Scope 3, 즉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간접배출까지 공시 대상에 포함된다. 공교롭게도 두 흐름은 모두 같은 지점에서 막힌다. 원청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여러 단계의 협력사로부터 데이터를 확보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2. 문제의 본질은 '안전'도 '탄소'도 아니라 산업 데이터 생성/교환 인프라의 부재다
대기업 원청사 입장에서 협력사 관리는 난제다. 1차 협력사만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2차 이하 협력사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앞서 소개한 사고에서도 원청이 파악하고 있던 것은 1차 하청업체까지였다. 실제 작업을 수행한 2차 하청 근로자는 원청의 안전관리 체계 밖에 있었고, 심지어 도급 관계 자체가 서류상으로 은폐되어 있었다. 협력사 단계가 늘어날수록 원청의 감독 범위 밖에 있는 현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Scope 3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 역시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막힌다. 협력사가 배출한 탄소량을 원청이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확보해야 공시가 가능하지만, 관리가 어려운 2차 이하 협력사들은 배출량 산정 역량과 데이터 관리 시스템 수준이 제각각이어서 표준화된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안전이든 온실가스든 결국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복잡한 공급망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문제다. 둘째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주체인 협력사와 이를 필요로 하는 원청·감독기관·평가기관을 신뢰성 있게 연결하는 공급망 데이터 인프라의 문제다. 쉽게 표현해 ‘산업 데이터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 생성 측면부터 살펴보자.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이나 온실가스 배출 관련 데이터와 보고서 생성 과정에서도 디지털 솔루션의 활용이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문가 중심의 컨설팅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정확한 산정, 근거 데이터 확인, 관리 비용 절감 등을 고려하면 ERP, MES와 마찬가지로 보건·안전 및 ESG 관리 영역에서도 디지털 솔루션의 확산은 필연적이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구축하고 운영할 것인가다. 기존처럼 기업 전산실에 구축하는 전통적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우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구축 비용을 영세한 공급망의 중소·중견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 설령 국내 수만 개 기업에 구축형 솔루션을 일괄적으로 도입한다고 해도, 관련 법·제도가 변경될 때마다 각 기업의 시스템을 수정하고 검증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 기업마다 서로 다른 솔루션을 사용한다면 데이터의 표준화와 검증, 인증에도 추가적인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감당할 인력도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 기반 SaaS(Software as a Service) 방식의 활용이 불가피하다. 개인이 PC에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하기보다 구독료를 내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익숙해진 것처럼, SaaS는 이미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변경이 용이하며, 대규모 구축 비용 없이 저렴한 구독료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도 높다. 그림 1은 전통적인 구축형 방식과 클라우드 기반 SaaS 방식의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두 번째 이슈는 산업 데이터 고속도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다. 인터넷망이라는 물리적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만, 그 위를 오가는 데이터는 여전히 기업과 시스템 사이에서 단절되어 있다. 이유는 데이터의 의미와 맥락을 생성한 주체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t으로 산정하고 ‘100’이라는 숫자만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가정해 보자. 데이터를 받은 기업은 이 숫자가 kg인지, t인지, 어느 사업장이나 공정에서 발생한 배출량인지 알 수 없다면 가비지(쓰레기) 데이터일 뿐이다. 데이터 자체뿐 아니라 데이터를 설명하는 데이터, 즉 메타데이터가 함께 전달되어야 하는 이유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과 방식도 다양하다. 문제는 데이터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서로 다른 기술과 형식을 사용하면 데이터 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기업 간 데이터를 자유롭고 신뢰성 있게 주고받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디지털 인프라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산업 데이터 교환을 위한 표준 기술을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자동차 산업에 적용해 실증까지 진행하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Catena-X다. 일본과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산업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업이 각자의 데이터를 직접 보유하면서, 필요한 데이터만 요청과 승인에 따라 주고받는 것이 데이터스페이스(Data Space) 방식이다. 그림 2는 EU가 데이터스페이스 구현을 위해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데이터 커넥터를 보여준다. 기술적인 세부 내용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다. 경부고속도로를 개별 기업이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과 과제로 구축하는 것처럼, 산업 데이터 교환 인프라 역시 개별 기업이 각자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의 전략과 과제로 구축하는 공용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인프라의 구조와 활용 방법을 이해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면 된다.
그림2. EU가 개발한 데이터스페잇 커넥터 EDC(Eclipse Dataspace Components)
3. 한국형 산업안전 솔루션
최근 국내에서는 서스틴베스트와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i-DEA)가 함께 ‘SUSTIN-OHS’ 프로그램을 출시하였다. 이는 앞서 설명한 논리를 실제로 구현한 사례다. 협력사와 공급망 기업의 산업안전 데이터를 생성·검증하고,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과 위험도를 평가해 원청사에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이다. 전 과정은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 기술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데이터 산정에는 SaaS 솔루션을 활용한다.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도 수천~수만 개의 기업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산정된 데이터는 사람의 수작업 검증에만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자동으로 검증되며,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스틴베스트의 협력사·공급망 평가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간 데이터가 오가는 인프라로는 EU의 데이터스페이스 표준 등을 준용한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의 iDSN™ 데이터스페이스가 활용된다. 그림 3은 이 프로그램에서 활용되는 SaaS 소프트웨어 중 하나의 대시보드와 전체 프로그램 구조를 보여준다.
원청사 역시 본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안전 관리가 가능하다. 각 구독 기업은 자체 데이터를 안전하게 생성·관리하고, 고객사가 요청한 데이터에 대해서만 승인하여 전송할 수 있다. iDSN과 같은 데이터 인프라는 데이터의 통로일 뿐 저장하지 않는다. 이 통로와 SaaS 생태계가 분리되어 생태계를 구성한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가 데이터를 생성하고 검증하고 전달하기 때문에 중립성 보장도 가능하다.
4. 결론 : 함께 해결하는
한국형 모델의 글로벌 확산
산업안전을 디지털 솔루션으로 해결하는 데는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본고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난제인 협력사·공급망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수많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하는 공급망 전체를 대상으로, 각 기업이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산업안전 관리와 사고 예방을 위한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SaaS 방식의 확산이 핵심이라고 제시하였다. 구축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수시로 변화하는 법·규제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기업별 구축형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아울러 각 기업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공급망 전체로 연계하기 위한 산업 데이터 교환 인프라의 필요성도 살펴봤다. 핵심은 기업 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의미를 서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다. EU가 이를 선도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각국도 산업 데이터 교환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상기 두 가지 핵심 과제를 포괄하는 사례로, 협력사·공급망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데이터의 생성·검증·평가를 아우르는 토털 디지털 솔루션 ‘SUSTIN-OHS’도 살펴보았다. 이 솔루션은 국내 3대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산업통상자원부 인가 비영리 사단법인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가 협력해 개발한 결과물이다. EU에 산업 데이터 표준 기술의 주도권을 선점 당한 상황에서도, 표준 기술을 활용해 산업안전 토털 솔루션을 데이터 교환 인프라와 결합한 것은 국내 산업계가 가진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개별 소프트웨어 하나의 역량이 아니라 평가기관과 협회의 협력을 통해 해결한 결과이다. 이와 같은 상생 생태계의 성공 사례를 만든다면, 디지털 ESG 솔루션의 글로벌 확산까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참고 자료>
•한국경제, 「불법 하도급 근로자 사망사고 낸 원청 대표… 서울 첫 중대재해법 구속기소」, 2026.8.18.
•경향신문, 「내달부터 ‘안전보건 공시제’ 시행…산재 등 실태 공개해야」, 2026.7.21.(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 관련)
•금융위원회,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최종안)」, 2026.7.8.
•i-DEA 분석(추정), 「CBAM·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비용 추산」, 2026.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 「정관 및 산업통상자원부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2025.4.
•Catena-X, Ouranos Ecosystem, WBCSD PACT 공개자료, 2025~2026.
kmkoo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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